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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

제가 사는 동네에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이 되어서 지역의 숙원 사업을 더 잘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 현수막을 보고 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 소위원회는 안건 심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소위에 속한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라온 안건을 심사하여야 합니다. 국회의원 본인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지만 소위의 위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안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특정 위원회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구의 현안을 해결하기를 바라는 지역구민의 기대가 있고, 그것에 부응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그 의무에 충실하여야 재선도 바라볼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은 지역의 이익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나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사안이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역구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은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제도적으로 이런 애매한(?) 사익의 추구를 막지 못하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이해충돌을 심각한 사안으로 고려합니다. 논문을 발표할 때 그 논문에서 보고하는 연구의 결과가 저자의 사익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그 저자가 객관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보고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 논문을 작성할 때 명확히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윤리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연구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에서는 만약 연구계획을 심사하는 위원이 자신이 그 연구의 당사자이거나 하는 등의 이해충돌이 생기는 경우 그 안건의 심사에서 제외됩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경우도 이해충돌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현재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나 법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올라 이야기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