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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in read

나는 스타링크의 공범입니다.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창밖에 주기된 카타르항공 여객기

국제환경역학회(ISEE)에 참석하러 가는 길, 환승 공항에서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스타링크가 설치된 비행기를 처음 타봤습니다. 이전까지 기내 인터넷은 비싸고 느린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타링크는 무료인 데다 속도도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더군요. 비행 중 인터넷이 되니 아주 유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밤 비행기라 자느라 바빴습니다), 아내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이메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리해서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편리한 인터넷을 쓰려면 수만 개의 인공위성이 저궤도를 돌고 있어야 하고, 그래서 천문학 연구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겨우 메시지나 보내려고 그런 폐를 끼치다니. 잠시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미 있는 것을 어떡하겠어”라고 생각하며 그냥 사용했습니다.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많은 환경문제가 이런 형태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기후변화든 대기오염이든,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든 전자파든 모두 개인의 편리를 늘리는 동시에 지구에 폐를 끼칩니다. 개개인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이미 있으니 편리하게 쓰게 됩니다. 전 지구적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여서 우리 모두가 공범이면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공범은 다른 공범보다 죄가 더 많습니다.) 이번 여행도 직항으로 가면 탄소 배출량이 줄었겠지만, 이렇게 돌아가는 편이 저에게는 비용이 덜 들어 이런 선택을 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대기오염 감축에 매우 적극적인 편입니다. 2010년대 중반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적 의지도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국제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s(흔히 프레온가스라고 합니다)는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통해 대부분 퇴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어떤가요? 대중의 인식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 부합하는 정치적 의지는 아직 부족합니다. CFCs와 비교하면 탄소 배출 감축은 기술적으로나 구조적으로 훨씬 어렵습니다. CFCs는 특정한 화학물질군을 대체하면 됐지만, 탄소는 산업구조 전반을 관통합니다. 그렇다고 CFCs 감축도 처음부터 정치적 의지가 강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존 구멍이라는 명확한 이미지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고, 대체 기술의 발전은 정치적 결단을 쉽게 만들었습니다. 각종 인센티브는 산업계와 정부가 CFCs 퇴출을 선택하는 편이 더 이익이 되도록 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결국 CFCs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기후변화에서는 오히려 정치적·경제적 계산이 이런 상승작용을 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개 연구자로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런 문제로 생기는 건강 영향을 밝혀내고, 그것이 문제 해결의 의지와 근거를 조금이나마 더 확고하게 만들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책임이 크든 작든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