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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감시의 효과

PNAS 논문 그림: 미국 대사관 측정 중단 전에는 평탄하던 위성 에어로졸 광학두께 추정치가 중단 뒤 몇 달에 걸쳐 상승한다.

한 선배님이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이야기입니다. 연구 주제를 황사로 잡고 자료를 수집해 건강과의 관련성을 분석하려 했는데, 하필 그해에는 황사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미세먼지 연구 과제를 시작하고 나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그리 많지 않아서 연구 때문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를 보고 그게 완전히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14일 PNAS에 실린 「미 대사관 측정소 폐쇄 이후의 대기오염(Air pollution after the shutdown of US embassy monitoring)」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용을 이유로 세계 각지 미국 대사관의 대기오염 측정소 운영을 중단한 뒤, 해당 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을 이전과 비교한 연구입니다. 많은 도시에서 미국 대사관이 측정한 자료 말고는 자료가 없었고, 중단 이후에는 그마저도 사라졌기 때문에 저자들은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대기 중 입자 농도 지표(에어로졸 광학두께)를 사용했습니다. 단순히 전후 농도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이중차분법이라는 준실험적 분석방법을 사용해 근거 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미국 대사관이 측정을 중단한 뒤 대기 중 입자 농도는 몇 달에 걸쳐 상승했습니다. 지금의 연구 설계로는 왜 농도가 상승했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감시하는 것 자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했을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모니터링의 효과에 관한 농담이 실은 깊은 통찰이었던 것 같습니다. 농담으로 넘겼던 것을 실제로 분석한 저자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